책 듣기. 관련 음악이 아래에 있습니다. typecast.ai |
일반 약국에서는 살 수 없는 약을 아시나요?
바로 '종이약국' 이라는 니나 게오르게의 장편소설입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가진 상처를 모두 치유해 드리겠습니다.
아주머니의 사소한 푸념들도 일일이 다 들어주는 조그만 빌라에 사는 예의바른 50대 남자 '페르뒤(장)'. 그는 20년 전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타인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배 위의 서점 '종이 약국'을 운영 중이다. 그곳에선 아무리 큰 돈을 지불하더라도 손님이 원하는 책을 살 수 없다. '장'은 오랜 성찰 덕인지 가정의 문제가 원인이었는지 특이한 능력을 갖게 되었는데, 사람을 쳐다보면 상처를 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서 마치 약국처럼 책으로 처방을 해준다. 그의 처방으로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지만, 자신의 상처는 치유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살아가는 장.
어느날 마치 예전의 자신처럼 실연의 상처를 지닌 '카틀린'이라는 여인이 맞은 편에 이사를 오게되고, 우연히 그 여인에게 본인이 쓰던 식탁을 주게 된다. 책상 속에서 뜯지도 않은 옛사랑(마농)의 편지를 발견한 카틀린은 장에게 편지를 주지만.
장은 편지를 읽지 않는다. 그러나 카틀린의 집요함은 20년 간 묻어두었던 기억을 서서히 떠오르게 한다. 장을 버리고 무심하게 다른 남자에게 가버린 그녀(마농). 장은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한다. 아직도 성장하지 못한 30대의 그모습 그대로...
카틀린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함께 나눈 교감들은 장의 죽었던 세포들을 일일이 깨어나게 하고, 사랑이라는 것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된다. 20년 간 봉인되었던 장의 그것은 플라토닉과 에로스 어딘가에 위치한 사랑의 감정.
드디어 여행의 종착지에서 장은 그동안 열지 않았던 마농의 편지를 뜯게된다. 그녀에게 장이 해주지 못했던 일들과 마농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편지를 다 읽은 후 장은 편지에 키스한다.
걷잡을 수 없는 비통과 혼란을 주었던 그녀의 편지는 20년 간 정박했던 배를 떠나게 만들고, 이제야 50세의 나이를 향한 시간의 항해가 시작된다.
과연 나의 나이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나의 사람들은 어느 나이에 정박해서 사는가? 그렇다면 그들을 항해하게 만들 수는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는 숨긴 채 남의 문제만 바로 보며 사는 건 아닐까?
책은 누군가에겐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책에서 얻은 힘을 앞에 두고 그 뒤에 숨으려는 모습들을 간혹 발견한다. 마치 '장'처럼 타인에겐 해결책을 척척 내놓으면서 본인의 일에는 현실 도피성향이 발현되고, 맞닥뜨린 현실의 문제들을 애써 모른척한다.
'독서는 여행이다.'
그래서 작가는 선상 서점을 연 것일까? 내가 평소에 잘 읽지 않는 책을 여는 일은 마치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여행과도 같다. 다른 장르의 책을 통해 재미와 위안도 얻으며 더욱 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줄거리에 넣지 않은 마지막 부분
그리고 그들의 에로스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의 애무들은 이 작품이 33개국에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독특하게 전혀 다른 장르(2011년 독일 최고의 로맨스 작가에게 수여하는 델리아 상, 2012년 독일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에 수여하는 글라우저 상을 수상)에서 수상을 한 작가의 힘을 느끼게 한다.
살면서 나의 깊은 상처는 숨기려 하고 다른 이의 상처만 보고 살던 나를 반성한다.
그는 향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보호받고 싶은 욕구, 가족에 대한 노스탤지어,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나 사랑의 동경.
우리는 사랑하는 걸 결정할 수 없어요. 우리는 그 누구도 우리를 사랑하도록 만들 수 없어요. 그런 처방전은 없어요. 오로지 사랑 자체만이 존재할 뿐이죠. 그리고우리는 사랑에 내맡겨져 있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 후로 우리는 파리의 탱고 바를 전전하며 춤을 추었다. 장은 자신의 몸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나에게 느끼게 하고 자신이 나에게서 어떤 탱고를 원하는지 알려주는 법을 터득했다. 탱고에 몰입하도록 탕게로가 탕게라에게 속삭이는 시구나 시행 정도는 배웠다. 그것으로 우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얼마나 근사한 유희를 시작했던가. 우리는 침실에서 서로 정중하게 말을 높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정중한 태도를 통해 이따금 극히 정중하지 않은 일들을 요구했다.
우리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한 번에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 함께 자면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중간중간 음식을 먹고 침묵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춤을 추고 책을 읽어주고 노래하고 계속 우리의 별을 찾는다. 모든 것을 급행으로, 장이 프로방스에 와서 우리의 별을 찾을, 다음 여름이 기다려진다.
예전에는 늘 차갑고 심술궂고 음산해 보이는 교황청이 있는 이 도시가 왜 비밀통로와 벼락닫이로 가득 차 있는지 궁금했다. 이제는 안다. 인간을 끊임없이 몰아치는 욕망이 이미 인류의 시초부터 분명 존재했음을. 정자, 별실, 칸막이 좌석, 이 모든 건 오로지 하나의 유희를 위한 것이다! 누구나 아는 유희, 하지만 누구나 그런 유희가 없는 척한다. 기껏해야 아주 멀리 있어서 전혀 위험하지 않은 척, 현실이 아닌 척한다.
사랑을 나누고 사랑의 유희를 하고 춤을 추고 감정에 대해 말할 때는 생각하지 않는 것, 장은 그걸 마농에게 배웠다. 그가 장황한 말과 뻣뻣한 얼굴로 동요하는 마음을 숨기려 한 탓에, 마농은 그를 '전형적인 북쪽 사람'이라고 불렀다. 마농은 호두를 깨듯 그 뻣뻣함을 손으로, 맨손으로, 맨 손가락으로, 맨 다리로 그의 결계를 깨뜨렸다......
세 번째 곡, <리베르탱고>가 끝나기 전 비상구 문이 벌컥 열렸다.
쿠에노의 철학에 따르면 다시 제대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가 있는데, 틀림없이 아버지도 거기에 금방 동의했을 것이다.
첫째, 좋은 음식. 사람을 오로지 불행하고 게으르고 뚱뚱하게 만들 뿐인 허접한 음식은 먹지 않는 것.
둘째, 숙면(운동은 즐이고 술은 줄이고 좋은 생각을 하는 것에 힘입어),
셋째, 나름의 방식으로 너를 이해하려 하는 호의적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넷째, 더 많은 섹스, 사실 이 말은 사미가 했다. 장은 아버지에게 이 말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보았다.(아버지는 이미 엄마와 헤어져 수많은 여자를 만났으므로)
"해변에서의 사랑은 과대평가되곤 하죠."
"쓸데없이 모래가 사방 천지에 있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해줘서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나는 늘 삶이 주는 것만 받았어요......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뭔가를 줘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데 서툴렀어요."
석조 십자가들이 하늘을 향해 기지캐를 켰다. 장은 자신이 깬 약속을 떠올렸다.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었으면 좋겠어."
그녀의 몸이 그를 받아들이는 동안, 그녀는 신음하듯 졸랐다.
"약속해! 약속하라니까!"
그는 약속했다. 그리고 오늘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때 이미 마농은 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는 것을.
"내 무덤에 이르는 길을 당신 혼자 가게 하고 싶지 않아."
"여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는 말 한마디, 몇 번의 순간적인 일들, 한 번의 어리석고 성급한 채찍으로 충분해. 하지만 여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 때로는 영영 때를 놓치기도 한단다."
"장, 여자들은 우리 남자보다 훨씬 현명하게 사랑할 수 있어! 여자들은 결코 절대 몸뚱이 때문에 남자를 사랑하지 않아."
책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그런데 정말 나쁜 사람들만은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좋은 아버지, 다정한 남편,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폭군으로 남아 있었고, 직원들과 자식들과 개들을 계속 괴롭혔다. 작은 일에서 비열했고 큰 일에서 비겁했으며, 자신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부끄러워하면 기뻐했다.
조용히 책을 몇 권 골랐다. 그에게는 책들을 돈으로 이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들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책들이 의사를 표현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폭군들을 쓰러뜨리는, 무척 힘찬 수단이라는 사실을 서점 주인은 절대 잊지 않았다.
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기나긴, 그야말고 영원한 여행,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더 온유해지고 더 많이 사랑하고 타인에게 더 친근해진다. 조당은 그 여행을 시작했다. 이제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세상과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걸 가슴속에 품게 될 것이다.
"사랑은 집이다. 모름지기 집 안의 모든 것을 이용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덮어두거나 '아껴서는' 안 된다. 완전히 사랑 속에 거주하면서 그 어떤 방도 어떤 문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다투는 것과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것,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중요하다. 서로 단단히 붙드는 것과 다시 밀쳐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사랑의 모든 방을 이용하는 것은 존재론적으로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령들과 냄새들이 그 안에서 제멋대로 설친다. 등한시된 공간과 짐들은 음험하게 악취를 풍길 수 있다......"
"내가 그 방문을 여는 걸 거부했다고 해서 내사랑을 나쁘게 여기지 마, 그 방에서... 그래, 어떡할까? 내가 어떡하면 좋을까? 마농을 위해 제단을 쌓을까? '잘 가'라고 말할까? 뭘, 제발, 뭘 어떡해야 하는 걸까?
작가의 다양한 처방전은 공감 10이 넘어가면ㅎ 드리겠습니다.
|
'♤ 리더의 품격 > 리더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세 먼지와 황사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접니다. (3) | 2019.10.30 |
---|---|
지메일(Gmail) 클라우드(Cloud) 분더리스트(Wunderlist) 나의 디지털 라이프 24시. 디지털 정리의 기술 3/3. 이임복 (6) | 2019.10.28 |
웹하드 무료로 2테라 받기. 아직도 엔드라이브, 클라우드, 드롭박스만 아시나요? 디지털 정리의 기술 2/3. 이임복 (14) | 2019.10.24 |
에버노트 '계획' X-mind '마인드맵'으로. 디지털 정리의 기술 1/3. 이임복 (12) | 2019.10.17 |
김재성. 안나푸르나.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행동의 완결 2/3 (17) | 2019.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