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중 처음으로 이해가 안 간 영화로 기록되겠습니다. 기대가 큰만큼 아쉬움이 큰 영화였네요. 영화의 반응도 좋고 cgv 무료표도 남아 있어서 예약하려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이라 50% 할인받고 갑니다. 참고하셔서 1인 값으로 두 분이서 보세요.^^
참고로 스포가 있습니다.
태연 '숨겨진 세상' 뮤직비디오 풀버전 영상입니다. 태연이 훨씬 좋군요.
메인 예고편입니다.
1. 영상미 (95점) 영상 니가 다했다.
다들 고생하셨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상 팀입니다. 그리고 숨은 공로상은 마케팅 팀입니다. (발 빠른 입소문으로 단기간에 1편보다 빠르게 500만을 달성, 부족한 옷 제작으로 다 팔려버린 엘사 옷 소문은 영화의 완성도를 의심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디자인 팀과 굿즈 팀입니다. 이제 여러 굿즈로 많은 돈을 벌겠지만 디즈니의 명성은 퇴색될지도 모르겠군요.
2. 이야기의 구성과 세계관 (70점) 시작은 원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한국은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가, 헐리우드는 아바타처럼 원주민과의 마찰을 그리는 영화가 가장 안정적인 흥행요소인가 봅니다. 이야기에서 갈등은 중요한 요소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을 믿고 따르는 원주민과 댐으로 물을 막으면서 인위적으로 왕권을 강화하려는 왕국의 대결. 그 왕이 바로 엘사와 안나의 할아버지입니다.
갈등의 이유는 어느정도 드러나 있으나(마법을 믿는 무리가 왕권 약화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추장을 죽입니다) 전쟁까지 발전하게 된 과정의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중간에 제가 잠깐 졸아서 놓쳤을 수도 있겠군요. 누가 아시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영화 보면서 졸았군요. ㅋ 어쨌든 성인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아이들이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보통은 왕권 강화를 위해서 종교를 이용하지만 영화에서 종교(무속신앙, 마법)는 왕에게는 위험한 존재로 비칩니다.
이 부분도 엘사 부모님의 사랑이야기처럼 자세히 다뤄지진 않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이야기는 계속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면은 부모님의 사랑이야기란건 누구나 감지하지 않았나요? 그러나 아쉽게도 안나의 청혼 이야기만 내내 등장하고 부모님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상상에만 맡겨 버립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을 사랑한 어머니의 이야기 뭔가 슬프지 않나요?)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중요한 장면 두 개를 도려낸 느낌입니다. 할아버지와 추장이 부딪히는 장면도 압권일 거라 기대했으나 그또한 단순하게 마무리되어 버리죠. 기승전결의 흐름이라면 이 영화는 기~~~~ 승~~~~ 전결~ 의 느낌입니다.
3. 인물의 역할 (전체 75점) 그 나물에 그 밥
-엘사 (90점) 난 역시 액션 전문 배우, 액션 장면들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입니다.
'이젠 두렵지 않아'
1편에서 그랬듯 2편에서도 강인한 마법의 힘을 지녔지만 두려움이 많은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안나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늘 목숨이 위험해지는 위기를 맞게되고 안나가 또 구출해냅니다. 물론 안나 또한 엘사를 필요로 하지만...
2편에서 엘사는 바다를 건너기 위해 치마를 벗는데 속에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여성성을 대변했던 치마대신 바지를 보여주는 행위는 그동안의 두려움과 나약함을 벗어던지면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옷을 벗어던지지는 못하고 바위 위에 가지런히 벗어두는 한계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나 (82점) 어린 시절, 그대로만 자라주길. 순수한 백치미, 그러나 다소 무리한 용맹함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어'
실질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죠. 마법의 능력을 지녔지만 현실성이 강한 언니와 달리 아무런 힘이 없는 나약하고 평범한 인간이지만 용기가 있는 이상적인 안나입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현실에 부딪히며 용기를 잃은 언니가 나약한 현대인의 모습이라면 안나는 그런 내면의 힘을 이끌어 내는 역할입니다. 마치 서로에겐 '페르소나'같은 존재죠. 어쩌면 둘은 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엘사는 인간의 나약한 감정을 지닌 신, 안나는 강인함을 지닌 평범한 인간
이번에도 안나는 추레한 옷만 입고 나올까 안타까웠는데 다행히 마지막에 공주 옷 한 벌 해주셨군요. 물론 엘사에 비해선 발끝에도 못 가지만요.^^
-스벤과 크리스토프 (70점) 너 한때는 멋진 남자 아니었니? 이젠 개그로 미는거니?
안나를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이자 영화의 로맨스와 깨알 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청혼에 실패하는 모습이 재밌기도 했지만 다소 진부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차라리 안 나와 크리스토프를 과거의 엄마 아빠의 역할로 재현하는 배역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인물에게서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는 힘든 일이죠. 하지만 부모님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미 애착 관계가 형성된 안나와 같은 인물에 투영하여 들려주는 것은 '애착 이론'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올라프 (88점) 그래 네가 열일했다. 니가 있어서 다행이야
이야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감초 역할의 캐릭터죠. 이번에도 꾸준하게 웃음을 선사했는데 아무래도 1편만큼의 흥미를 끌진 못 했습니다. 우리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올라프의 대사들과 몸으로 말해요 퀴즈 장면은 신서유기 제작진이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다시 등장할 때는 얘가 주인공인 줄 알았네요. 다음엔 올라프 왕국?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은 쿠키를 본 사람 중에서 저만 느끼나요?
-추장과 할아버지(50점) 할리우드의 선악 대결, 아바타? 모아나?
원주민 추장 역으로 보이는 사람은 여성입니다. 여성 추장이 등장한 영화는 찾기 힘들죠. 여기서도 아바타가 떠오르는데 이들의 비중을 높게 잡진 않았습니다. 사실 남자 추장은 이미 살해당했죠. 할아버지는 겨울왕국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의 원인 제공자입니다. 왕이 악의 축이라면 원주민 추장은 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물은 원주민에게 있어서 영적인 존재인 자연(선)이라면 댐은 할아버지의 왕국이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시설물(악)입니다. 음 댐이 문제군요.
-브루니(60점) 넌 좀 귀엽긴 하네
얼핏 보면 개구리 같지만 자세히 보면 도마뱀입니다. 등에 붉은색은 비늘을 표현한 것이죠. 만약 그게 없다면 양서류인 도롱뇽일 텐데 비늘이 있으니 파충류인 도마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귀엽게 생기긴 했어요.ㅋ
근데 얘가 왜 갑자기 나와서 돌아다니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애가 말을 못 하니;; 아마도 물을 가두고 생태계를 해친 인간에게 맞불 작전으로 불을 내고 다니는 존재입니다. 엘사가 답을 찾지 못할 때 등장해 불을 꺼주자 안내자 역할도 합니다. 사실 불도 이야기의 흐름상 인간이 붙인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4. 음악 ost (70점) 7080 추억 돋는 목소리와 감성, 천녀유혼이 떠오르는 건 웬일인가?
영화 음악은 진작에 말이 많습니다. 퀸을 패러디한 듯한 장면은 몇 초간 웃음을 주기도 했으나 전편에 이어 오페라 적인 요소와 함께 가미된 강력한 영상의 효과는 겨울왕국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그분들 어디 가셨나요? 렛 잇고~~ 레릿고~~~ 그 노래가 그립습니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음악이 기억이 안 나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 많은 음악 중에 아쉽게도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태연 노래로 들으신 분들은 어떠세요?
5. 영화의 엔딩과 쿠키 (58점)
댐을 무너뜨리면서 모든 것이 해결되어 버리는 단순한 결말은 허무했습니다. 정말 해결해야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과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인데,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그 어떠한 행위도 없습니다. 그저 바위 몇 개 던져서 댐을 무너뜨리고는 그걸 해피엔딩이라고 하다니. 이건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에게 신나는 모험과 화려한 영상이라는 사탕 하나만 입안 가득 물린 느낌이라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앞으로 디즈니의 영화를 아이들에게 계속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대목입니다. 디즈니가 줄거리의 맥락을 못 잡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냥 보긴 아까울지도 모르니 아래에서 할인 정보를 미리 알고 가세요.
-QR코드로 할인 카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화면을 띄우신 뒤 다른 폰으로 찍으세요.
-영화의 쿠키 영상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보다 재밌는 광고 영상입니다.
이상으로 '내로라하다'의 영화 후기
'내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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