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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의 품격/예술의 경계

마산 창동 금강 미술관 전시회(현재호. 8.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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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창동에는 볼 것도 먹을 것도 다양하지만 예술가 분들도 많고 좋은 작품도 많습니다. 제가 점점 자라면서 점점 작아지던 창동이라는 공간에 서서, "아, 이제 더이상 볼 게 없구나!"라고 느낄즈음... 창동에는 그렇게 예술가 분들이 하나 둘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걷다 서다하며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니 어느 그림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고, 갑자기 창동이 넓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랬었지, 난 그때 지금처럼 이렇게 빨리 걷질 않았었구나. 때론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했었고, 친구들과 오랫동안 한 군데서 진을 치고 있기도 했었지, 그땐 지금보다 다리가 더 짧았기도 했고... 그땐 가게 하나하나 유심히 들어가서 구경하고,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일일이 구경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이곳을 느꼈었구나" 라고 생각해 냈습니다. 

 여러분도 만약 저처럼 창동이 시시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게되면 그때는 좀 더 천천히 걸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의 그 보폭으로 말입니다. 아이들과 그렇게 걸어 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손때 묻은 작품도, 공연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금강미술관을 안내해 드릴테니, 저와 함께 들어가 볼까요?^^

 간혹 저도 아무도 없어서 발길을 머뭇거리게 되는데 앞으로는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곳에 전시되는 예술가 분들은 알고 보면, 늘 우리 주변에서 함께 숨 쉬며 살고 계시는 분들이며, 우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또는 사랑하는 자신의 직업을 위해 사시는, 또는 사셨던 분들입니다. 그러니 어찌 그 문턱이 높겠습니까? 물론 작품의 가격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높아 보이지만, 그 가격의 무게도 잊게 만드는 게 바로 진정한 예술 아니겠습니까?^^ 피카소 그림이, 로뎅의 조각이, 비싸다고 멀리하진 않으니까요^^. 예술을 이해하고 가까이하는 도시야말로 진정으로 발전한 도시입니다. 그것은 세계와 역사가 이미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예술을 가까이 해야겠지요.^^ 

 서두가 길었네요. 자 문을 열고 저랑 들어가 봅시다. 쓸데없이 문이 커 보이지만 괜찮습니다. 슬 밀어도 잘 열립니다. ^^

1.2층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13:00~20:00 까지 열고,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는 휴관입니다. 

밖에 걸린 사진입니다. 현재호 작가님의 추모전이 열리고 있네요.

 

1935년 생이시니 일제 시대에 태어나셨군요. 개인전을 전국에서도 하셨지만 나중에는 마산에 터를 잡으셨습니다.
1층 전시관입니다.
1층에는 최근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96년대 04년대 작품들이 보이네요. 
처음에 아프리카 어디쯤 인줄 알았습니다만 아닙니다. 앞에 작가분 소개에서 보셨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정말 존재하는가?라고 하셨으니 저분들은 누구이기도 아무도 아니기도, 어디에 있기도, 어디에 있지 않기도 합니다.

 마침 1층에 계신 해설사분께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큐레이터분이 아닌 딜러분이 계셨습니다.

헉 붙이니까 너무 크군요;;

 지금 보시는 작품들을 직접 소장하고 계십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연락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 뵙는 분이라 잘 모릅니다. ^^ 작가분과는 80년대부터 친분 관계를 맺으셨는데요. 그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그러니 저렇게 많이 소장하고 계시겠지요^^. 그림들이 마치 이중섭 화가의 화풍과 닮았다는 말에 이중섭 화가와 비슷한데 선이 더 굵다고 하시네요. 그러면서 이와 같은 작품을 반구상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반구상화는 사실화와 추상화의 중간 단계라고 합니다.

 참고로 전 그림을 잘 모른다는 전제하에 편안하게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이어서 들으시길 바랍니다.^^ 

 그림을 오래 보다보면 사실화에서 추상화로 넘어가게 되고, 다시 구상회화에 관심이 간다 하니. 실제로 작품의 인기도 구상회화 작품들이 더 높다고 합니다. 반구상화가는 장욱진 화가가 대표적이고, 고흐, 샤갈, 마티스 같은 야수파 화가들도 있습니다. 피카소와도 닮았지만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독특하게 그림을 3차원화 시켜서 입체파로 불리기도 했죠. 그림의 옆 얼굴을 잘 보시면 피카소의 그림과 닮았습니다. 혹시 따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2층에 올라가 보시면 60년대 그림을 통해 작가 스스로 변화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목이 있는 교향交鄕 이라는 작품입니다.

 맨 처음 작가의 설명글(나는 누구인가?) 을 보면 유추하셨겠지만. 거의 모든 그림에 제목이 없는데요. 이 그림은 제목이 있습니다. 교향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향곡의 향響은 '울릴 향'을 쓰지만 위에 향鄕은 '시골 향'입니다. 언어유희가 느껴지는군요.^^ 실제로는 교향곡의 연주를 하는 듯 보이지만, 한자를 해석하고 보면 그리운 고향을 마치 연주하듯 그린 모습입니다. 실제 그렇게 해석한답니다.^^ 가운데 작은 네모가 고향집인거죠. 사랑하는 어머님이 계신 그곳.

 잠시 안내 책자에 적힌 말을 가져와 볼까요?

 진정 나의 '존재'는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를 존재하게 한 그 '존재'는 어떤 '존재자'인가?
 갈라지고 부르터진 손, 시리고 부어오른 발, 이미 오랫동안 굳어져버린 듯한 입과 감겨져버린 눈, 그의 '존재자'는 그렇게 철저히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고 분리되어진 채, 누구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웅얼거림으로 "존재찾기" 여행을 떠납니다. 좌판을 벌리고 시린 바닷바람을 맞으며 먼- 먼- '존재'의 세상으로부터 들려올 '존재자'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춤을 추듯, 장사하듯,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무겁고 힘든 갈망의 보따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 너머로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 처절하면서도 즐거운 듯 한 노래, 들리지 않을 듯 들리지 않을 듯 들려오는 
<아-! 어. 머. 니...>.

 위에 좌판을 펼치신 그림에는 어머님이 계신 걸까요? 마음이 한 켠이 아련해져옵니다.

 '교향'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마치 '무제' 그림들을 한데 모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교향'은 나를 잉태하신 어머니고 '무제' 는 자식들처럼 보입니다. 컬러풀한 '무제'는 예쁜 옷을 입은 자식들 같고, 흑백의 '교향'은 무명옷을 걸치신 우리의 어머니 같습니다. 어머님은 본인이 지닌 색깔을 자식들에게 다 나눠주시고는 흑백이 되어 버리셨고, 예쁜 색들만 쏘옥 빼간 자식들은 원래 제 것인양 화려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아- 나의 어.머.니...

자. 이제 편안하게 감상하세요. 일부러 작게 찍었습니다. 큰 그림은 현장에서 보시고 더 느끼시라고^^

 

우측에 작은 그림들이 보이시나요? 가격은 비밀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2층 전시관입니다. 오래된 그림들입니다. 우측 끝에 화장실도 있으니 편안하게 둘러보시면 됩니다.
우측에 보이는 작품이 바로 60년대 작품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두 작품을 잘 보시면, 작가는 누구의 화풍을 따라한 게 아니라 독창적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측 그림처럼 초기에는 선의 굵기도 다양했다가 좌측 그림으로 넘어오면서 선의 굵기가 동일해 집니다. 예전 그림에 비해 배치나 원근감이 1차원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색감도 과거 작품들이 어둡고, 현대로 오면서 점점 밝아지고 있습니다. 

 위에 '교향'이라는 그림에서 '연주하는 사람'을 딜러분은 아마 작가인 것 같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실제 작가는 160이라는 키 때문에ㅜㅜ 육사 최종 합격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화가의 길을 걸으셨는데요. 초기 화풍의 어두움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다행히? 탈락하셔서 좋은 미술품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는군요.^^;;

 기존에 작품을 소장하고 계신 분들껜 죄송스럽지만 예술품도 쌀 같은가 봅니다. 예술에 값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예술품은 쌀값처럼 경기를 타나 봅니다. 불경기라 많은 이해관계를 가지신 분들의 의견을 뿌리치시고 책정하신 가격은 비밀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중견 작가급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중섭 화가도 그림을 파실 때 "제 그림이 많이 부족하니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그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죠. 딜러 분도 그러시더군요. "언제든 다시 팔러 오시면 그때에 맞춰서 적정선에 다시 사드리겠답니다."라고요.^^ 그러나 그럴 일은 없겠지요. 내가 간직했던 시간과 추억들은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위에 보이는 그림과 비슷한 크기인 김창렬 화가의 그림(아래)은 1억이 넘습니다. 사실화의 대가시죠.

 

김창렬 화가의 작품입니다.

 

자 그렇다면 딜러분이 아닌 여러분이 책정하신 현재호 화가의 그림은 얼마인가요?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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