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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의 품격/리더의 서재

어떻게 이렇게 짧은 소설이 전세계를 울렸을까? Effroyables Jard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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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체를 흔든, 짧고 아름다운 우화 같은 소설

프랑스소설 top100 46주

110쪽의 짧은 소설로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대만 등 세계 베스트 셀러

이 작품의 빠르고 느린 호흡, 슬프고 웃긴 장면은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판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듣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그럼 '내로라하다'와 함께 거칠고도 부드러운 음율의 심연으로 들어가 보시죠.

단, 여러분의 영혼을 악마(분산)에게서 지키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음악이 시작한 후 1분 7초 뒤에는 글을 읽기 시작하시고, 남은 4분 11초 내에 흑백사진이 나올 때까지 한 호흡으로 이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준비되셨으면 출발하시죠~

파가니니가 항상 사용한 중음주법, 프라지오레토, 스타카토와 레가토의 극단적인 대비, 왼손으로 연주하는 피치카토 등은 바이올린의 표현력을 한 층 빛나는 것으로 높였다.  Paganini Caprice No. 24, 신지아 Zia Hyunsu Shin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으며 광부였던 할아버지와 레지스탕스 요원이었으며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두 분은 나에게 공포에 대한 기억의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또한 두 분은 역사의 흑백논리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나에게 독일어를 배우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베르나르 비키에게도 이 책을 바치고자 합니다. -작가 미셸 깽.

2001년 프랑스 출판계의 가장 예기치 않은 사건은 미셸 깽의 짧은 소설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처절한 정원』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 책의 저작권은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대만 등지에 팔려나갔다. 또한 이 책은 2001년도 파리 페스티발에서 '영화로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소설'로 선정되어 미국, 영국, 프랑스 영화제작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학세계사

 

1998년 모리스 팝퐁의 재판이 시작된다.

그는 나치 정권의 치안 부책임자로 1942년부터 1944년까지 1,590명의 유대인을 체포하여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냈다. 50년 동안 자신을 숨기고 살며 예산부 장관 등 주요직을 역임하며 훈장을 받기도 한 그는 법정에서 지난 시간의 모든 일을 변명으로만 일관한다.

마치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분이 떠오른다.

모리스 파퐁에게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의 서기는 어릿광대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또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중에서도 유대인들에게 희극배우 직업을 금지한 1942년 6월 6일 법령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물론 나는 유대인도 아니고 희극배우도 아니다. 내가 식탁 밑을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았던 어린 시절부터, 어릿광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부터, 어릿광대를 보면 울적해졌다. 이상하게도 나는 어릿광대를 보면 울고 싶어졌다. 어릿광대를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절망감과 쓰라린 고통과 수치심을 느꼈다.

어렸을 적 내가 얼굴을 하얗게 분칠하고 눈은 시커멓고 커다랗게 분장한 괴상망측한 사람이 줄을 타며 곡예하는 것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 본다면 숫총각이 진한 화장을 한 창녀와 마주쳤을 때 느끼는 순진한 공포감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순결한 처녀가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예기치 않게 발기한 난쟁이 조각상과 부딪쳤을 때 진땀이 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나는 서커스에 끌려갈 때마다, 두려움으로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으며 바지에 오줌을 싸고, 귀머거리가 되어버리곤 했다. 나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죽을 지경이었다.

무대에서 아버지는 혼자서 따귀 때리고 혼자서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시늉을 하며 눈물이 나도록 고독한 원맨쇼를 했다. 그는 우주의 은하계와 지구의 어리석은 인류를 구하러 온 얼빠진 전사나 흰 칼을 찬 사무라이 같았다.

아버지는 사람들이 눈물을 머금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을 보며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만족감에 도취된 듯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그가 나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만약 누구든지, 어떤 고아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당장 아버지를 주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와 한 침대에서 자고, 다정스러운 말을 건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어머니도 미워했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끼리 보낼 수 있는 화창한 토요일과 일요일을 망치면서도, 그에 대한 대가를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명예를 소중하게여겨야 하는 선생님이 한심스럽게도 희극배우로서의 소명을 이루려고 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릿광대였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일부러 스스로를 학대함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밝힐 수 없는 죄를 용서받으려고 하는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최악의 사태는 내가 6학년이 되었을 때 하필이면 아버지가 담임을 맡으면서 벌어졌다. 끔찍하게도 아버지는 회색 와이셔츠 위에 알록달록한 어릿광대 옷을 입고, 그 위에 코르셋을 껴입고, 온갖 장식을 주렁주렁 매달고 교실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다만 아버지를 특이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으며, 어느 날 신의 손길이 아버지를 성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짐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설은 모리스 파퐁의 재판에 어릿광대 모습을 하고 나타난 주인공이

출입을 금지당한 후, 어릿광대 모습을 벗고 재판에 참석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사인 아버지는 주말마다 무료로 광대 공연을 한다. 그런 아버지를 늘 불만스럽게 생각했던 나는 어느 날 삼촌에게서 아버지가 광대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게 된다.

젊은 객기로, 단지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시작한 아버지와 삼촌에게 변압기를 터트리라는 첫임무가 떨어진다.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독일군은 자국의 축구 팀을 이긴 상대 선수 4명을 볼모로 잡아간다.

진짜 범인이 나오지 않으면 아버지와 삼촌을 포함한 네 사람을 죽이겠다고 한다. 진범이 자수를 하면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진범은 이미 잡혀있는 아버지와 삼촌이었으므로 그럴 가망은 없었다. 나머지 두 명이라도 살리고 자백을 할 수도 있으련만 둘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땅속에 파묻혀 생매장될 위기에 처한 네 사람은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죽음의 날은 점점 가까워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날, 어리숙하지만 착한 독일군의 방문은 그들에게 잠시나마 커다란?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세상에 죽음을 앞두고 이리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누군가가 자수를 한 것이다.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 아버지와 삼촌은 범인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슬프면서 놀랍게 이어진다.

 

100쪽으로 만들어져 있긴 하지만 50쪽 분량에 가까운 짧은 소설의 결말을 여기에는 차마 소개할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결말보다 이글을 먼저 만났다면 직접 소설로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덮는 순간 왜 이 짧은 소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인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글 속에 인용된 시에 등장한 '처절한 정원'은

소설의 제목이 되는데

'우리의 처절한 정원에서 석류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아뽈리네르 시집 '칼리그람'중에서

처절한 정원에서 우리는 석류처럼 위태로운 인간이 되기도 하고, 석류의 또다른 의미인 '수류탄과 유탄'은 마치 처절한 전쟁의 포화 한 가운데 떨어진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토록 아버지의 어릿광대 모습을 경멸했던 나는

어느날부터 아버지의 어릿광대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이 그가 세상에 뱉어낼 수 있는 유일한 토악질이었으므로...

5분 18초가 지났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천천히 아래 내용을 보시기 바랍니다. 

 

 

-처절한 역사와 지워진 진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어떻게 이 짧은 소설이 예기치 않게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제일 먼저 당시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한 모리스 파퐁의 재판의 영향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1999년 10월 프랑스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모리스 파퐁의 재판으로 떠들썩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파퐁은 자신이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였다는 경력을 내세워 코르시카와 알제리 행정장관(1947-1951년)을 역임했고, 드골 정권하에서는 파리 경찰국장, 지스카르 데스땡 정권 때에는 예산장관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40년간이나 지하에 묻혀 있던 그의 범죄는 마이클 슬리틴이라는 역사학자에 의해 모두 폭로되고 만다. 마이클 슬리틴은 파퐁에 의해 아우슈비츠로 보내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1981년에 한 주간지에 파퐁의 반인륜적 범죄를 낱낱이 증언했다.

모리스 파퐁은 나치의 꼭두각시 정권이었던 비시 정권하에서 보르도 지역의 치안 부책임자였다. 그는 1942년에서부터 1944년까지 1,590명의 유태인을 체포하여 죽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냈다. 희생자 유족들의 고발로 모르스 파퐁은 1983년에 정식 기소됐다.

그러나 모리스 파퐁을 법정에 세우기까지는 16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한동안 비시 정권하에 있었던 관리들의 수동적 행위를 단죄할 수 있는가의 논란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파퐁 자신도 "공복으로서 거역할 수 없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또한 파퐁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사실 확인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드골 정권 등 전후의 정권에 대한 평가와 역사 해석 문제와 맞물려 여론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1995년 쟈크 시라크 대통령이 취임하여 유태인 강제수용에 대한 프랑스의 국가적 책임을 처음으로 시인한 후에야 비로소 모리스 파퐁에 대한 응징이 본격화되었다. 1997년 보르도 항소법원이 모리스 파퐁을 재판에 회부했고, 6개월 후에 그는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그 결과가 나오기 직전 외국으로 망명을 시도했지만 결국 스위스의 스티 휴양지 그스타트에서 체포되어 프랑스로 압송되었다. 이렇게 하여 1999년 당시 89세인 모리스 파퐁은 감옥에서 생을 마쳐야 할지도 모르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나치의 반인륜적 범죄 처벌에는 시효가 따로 없고, 예외가 없다는 것이 프랑스와 유럽국가들의 변치 않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일제 시대 친일인사들의 반민족적 행위나 위안부 등에 행한 일제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청산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가의 말처럼 "이제 그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는 국가의 잘못된 지시를 따라야 하는가?

 

작가 : 미셸 깽 (Michel Quint)은 1949년 프랑스의 빠드갈레에서 태어나 1970년대 말에 릴르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였고, 지금까지 약 20여 권의 책을 출판하였다. 대표작으로는 1984년에 출판한 『밝힐 수 없는 유언』, 1989년에 출판한 『층계에서의 당구』 등이 있으며, 특히 『층계에서의 당구』는 탐정소설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번역 : 이인숙은 1960년 안양 출생으로 1989년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에서 알베르 까뮈에 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취득. 2001년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수상. 한양대학교 유럽어문학부 교수. 저서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프랑스 사회와 문화』

처절한 정원 (리커버 에디션)
국내도서
저자 : 미셸 깽 / 이인숙역
출판 : 문학세계사 200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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