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에는 볼 것도 먹을 것도 다양하지만 예술가 분들도 많고 좋은 작품도 많습니다. 제가 점점 자라면서 점점 작아지던 창동이라는 공간에 서서, "아, 이제 더이상 볼 게 없구나!"라고 느낄즈음... 창동에는 그렇게 예술가 분들이 하나 둘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걷다 서다하며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니 어느 그림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고, 갑자기 창동이 넓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랬었지, 난 그때 지금처럼 이렇게 빨리 걷질 않았었구나. 때론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했었고, 친구들과 오랫동안 한 군데서 진을 치고 있기도 했었지, 그땐 지금보다 다리가 더 짧았기도 했고... 그땐 가게 하나하나 유심히 들어가서 구경하고,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일일이 구경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이곳을 느꼈었구나" 라고 생각해 냈습니다.
여러분도 만약 저처럼 창동이 시시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게되면 그때는 좀 더 천천히 걸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의 그 보폭으로 말입니다. 아이들과 그렇게 걸어 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손때 묻은 작품도, 공연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금강미술관을 안내해 드릴테니, 저와 함께 들어가 볼까요?^^
간혹 저도 아무도 없어서 발길을 머뭇거리게 되는데 앞으로는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곳에 전시되는 예술가 분들은 알고 보면, 늘 우리 주변에서 함께 숨 쉬며 살고 계시는 분들이며, 우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또는 사랑하는 자신의 직업을 위해 사시는, 또는 사셨던 분들입니다. 그러니 어찌 그 문턱이 높겠습니까? 물론 작품의 가격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높아 보이지만, 그 가격의 무게도 잊게 만드는 게 바로 진정한 예술 아니겠습니까?^^ 피카소 그림이, 로뎅의 조각이, 비싸다고 멀리하진 않으니까요^^. 예술을 이해하고 가까이하는 도시야말로 진정으로 발전한 도시입니다. 그것은 세계와 역사가 이미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예술을 가까이 해야겠지요.^^
서두가 길었네요. 자 문을 열고 저랑 들어가 봅시다. 쓸데없이 문이 커 보이지만 괜찮습니다. 슬 밀어도 잘 열립니다. ^^
1.2층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13:00~20:00 까지 열고,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는 휴관입니다.
마침 1층에 계신 해설사분께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큐레이터분이 아닌 딜러분이 계셨습니다.
지금 보시는 작품들을 직접 소장하고 계십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연락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 뵙는 분이라 잘 모릅니다. ^^ 작가분과는 80년대부터 친분 관계를 맺으셨는데요. 그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그러니 저렇게 많이 소장하고 계시겠지요^^. 그림들이 마치 이중섭 화가의 화풍과 닮았다는 말에 이중섭 화가와 비슷한데 선이 더 굵다고 하시네요. 그러면서 이와 같은 작품을 반구상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반구상화는 사실화와 추상화의 중간 단계라고 합니다.
참고로 전 그림을 잘 모른다는 전제하에 편안하게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이어서 들으시길 바랍니다.^^
그림을 오래 보다보면 사실화에서 추상화로 넘어가게 되고, 다시 구상회화에 관심이 간다 하니. 실제로 작품의 인기도 구상회화 작품들이 더 높다고 합니다. 반구상화가는 장욱진 화가가 대표적이고, 고흐, 샤갈, 마티스 같은 야수파 화가들도 있습니다. 피카소와도 닮았지만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독특하게 그림을 3차원화 시켜서 입체파로 불리기도 했죠. 그림의 옆 얼굴을 잘 보시면 피카소의 그림과 닮았습니다. 혹시 따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2층에 올라가 보시면 60년대 그림을 통해 작가 스스로 변화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맨 처음 작가의 설명글(나는 누구인가?) 을 보면 유추하셨겠지만. 거의 모든 그림에 제목이 없는데요. 이 그림은 제목이 있습니다. 교향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향곡의 향響은 '울릴 향'을 쓰지만 위에 향鄕은 '시골 향'입니다. 언어유희가 느껴지는군요.^^ 실제로는 교향곡의 연주를 하는 듯 보이지만, 한자를 해석하고 보면 그리운 고향을 마치 연주하듯 그린 모습입니다. 실제 그렇게 해석한답니다.^^ 가운데 작은 네모가 고향집인거죠. 사랑하는 어머님이 계신 그곳.
잠시 안내 책자에 적힌 말을 가져와 볼까요?
진정 나의 '존재'는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를 존재하게 한 그 '존재'는 어떤 '존재자'인가?
갈라지고 부르터진 손, 시리고 부어오른 발, 이미 오랫동안 굳어져버린 듯한 입과 감겨져버린 눈, 그의 '존재자'는 그렇게 철저히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고 분리되어진 채, 누구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웅얼거림으로 "존재찾기" 여행을 떠납니다. 좌판을 벌리고 시린 바닷바람을 맞으며 먼- 먼- '존재'의 세상으로부터 들려올 '존재자'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춤을 추듯, 장사하듯,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무겁고 힘든 갈망의 보따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 너머로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 처절하면서도 즐거운 듯 한 노래, 들리지 않을 듯 들리지 않을 듯 들려오는
<아-! 어. 머. 니...>.
위에 좌판을 펼치신 그림에는 어머님이 계신 걸까요? 마음이 한 켠이 아련해져옵니다.
'교향'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마치 '무제' 그림들을 한데 모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교향'은 나를 잉태하신 어머니고 '무제' 는 자식들처럼 보입니다. 컬러풀한 '무제'는 예쁜 옷을 입은 자식들 같고, 흑백의 '교향'은 무명옷을 걸치신 우리의 어머니 같습니다. 어머님은 본인이 지닌 색깔을 자식들에게 다 나눠주시고는 흑백이 되어 버리셨고, 예쁜 색들만 쏘옥 빼간 자식들은 원래 제 것인양 화려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아- 나의 어.머.니...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두 작품을 잘 보시면, 작가는 누구의 화풍을 따라한 게 아니라 독창적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측 그림처럼 초기에는 선의 굵기도 다양했다가 좌측 그림으로 넘어오면서 선의 굵기가 동일해 집니다. 예전 그림에 비해 배치나 원근감이 1차원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색감도 과거 작품들이 어둡고, 현대로 오면서 점점 밝아지고 있습니다.
위에 '교향'이라는 그림에서 '연주하는 사람'을 딜러분은 아마 작가인 것 같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실제 작가는 160이라는 키 때문에ㅜㅜ 육사 최종 합격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화가의 길을 걸으셨는데요. 초기 화풍의 어두움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다행히? 탈락하셔서 좋은 미술품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는군요.^^;;
기존에 작품을 소장하고 계신 분들껜 죄송스럽지만 예술품도 쌀 같은가 봅니다. 예술에 값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예술품은 쌀값처럼 경기를 타나 봅니다. 불경기라 많은 이해관계를 가지신 분들의 의견을 뿌리치시고 책정하신 가격은 비밀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중견 작가급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중섭 화가도 그림을 파실 때 "제 그림이 많이 부족하니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그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죠. 딜러 분도 그러시더군요. "언제든 다시 팔러 오시면 그때에 맞춰서 적정선에 다시 사드리겠답니다."라고요.^^ 그러나 그럴 일은 없겠지요. 내가 간직했던 시간과 추억들은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위에 보이는 그림과 비슷한 크기인 김창렬 화가의 그림(아래)은 1억이 넘습니다. 사실화의 대가시죠.
자 그렇다면 딜러분이 아닌 여러분이 책정하신 현재호 화가의 그림은 얼마인가요?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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