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시로의 회귀를 꿈꾸던 시인을 아시나요?
정치색이 가득한 속에서 관념에 휩싸이지 않은 그의 시는 세속이 더이상 묻혀서는 안 될 고매한 향취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는 바로 한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월하 김달진입니다.
이곳은 진해에 있는 김달진 문학관입니다.
그럼 저와함께 시의 본질을 찾는 여행을 떠나볼까요?
시인의 삶은 거친 파도처럼 열정적이었으니 아래의 음악과 함께 해야겠습니다.^^
이미 시인에게로 가는 길은 과거로 이어져 있습니다.
1930년에 개업한 예술 사진관이군요.^^ 오래된 사진기가 신기하고 정겹습니다.
정자관을 쓴 사진을 보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떠오르는군요. 학자셨던 외할아버지께서는 90세가 넘으셨어도 늘 꼿꼿하게 앉아계셔서 이름을 부르시면 저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고는 했었죠.^^ 여름에는 속이 훤히 비치는 흰 한복에다가 하얀 속옷에다가 이상한 나무 뼈대를 입으셨는데 그게 참 시원해 보였습니다. 옷이 살에 붙지 않도록 만들어진게 어린 제가 보기에도 무척 탐났습니다.^^
정자관은 벼슬이 높고 격식을 갖춘 재상들이 집에서 망건과 탕건 위에 덧쓰던 관으로 위는 터지고 세봉우리로 되어 있습니다.
부산 라듸오, 지금보다 발음이 정확한가요.^^ 정말 오래된 보석같은 라디오 들이 흔하듯 진열되어 있습니다. 추억이 발걸음을 붙잡는군요.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주민 여러분~~ (여러분~~)
오늘~~ (오늘~~) 우리 마을에서~~ (마을에서~~)
이장님 둘째 딸 게론식이~~ (결혼식이~~) 있으니~~ (있으니~~)
바쁜 일손 물리치시고~~ (치시고~~) 참석하시어~~ (하시어~~)
자리를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바랍니다~~)
확성기를 보니 마치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ㅋㅋ
와! 혜은이, 전영록, 김완선, 이미자, 대가수 님들의 LP가 아직도 색이 바래지 않은 채로 반겨주네요.^^
원기소, 캉캉, 은단을 안다면 정말 옛날 사람이신거죠?^^
원기소는 맛이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카라멜에 만화책에
수학여행 사진에
약장수가 가져온 축음기에 다들 넋을 잃었습니다.
이런 정경들을 기웃거리다보면
어느새
김달진 시인의 생가에 도착하게 됩니다.
소박한 장독대도 보이고
시인이 어릴 때부터 살았던 곳이라 그런지 시화 뒤편에 그려진 예쁜 집을 보는 것 같습니다.
생가를 둘러보고 난 뒤 맞은편에 있는 김달진 문학관을 들렀습니다.
시인은 시로 말하는 사람이니 그의 남겨진 말들을 조용히 엿들어보겠습니다.
등뒤에 무한한 어둠의 시간 눈앞에 무한한 어둠의 시간, 그 중간의 한 토막 이것이 나의 삶이다. 불을 붙이자. 무한한 어둠 속에 나의 삶으로 빛을 밝히자. 이천오 년 겨울 먹을 벗하며 김달진 님의 삶을 적다. - 운재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 물 속에 하늘이 있고 흰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 동그란 지그의 섬 우에 앉았다. -김달진, 샘물 -
"필자는 이 작품을 우연한 기회에 읽고 어째서 이렇게 우수한 시인이 문학사에서 거의 매몰되다시피 한 상태에 있는가를 생각해보며 우리 문학사의 얄팍한 질에 분노를 느꼈다. 역시 한국의 문인들은 적당히 문단정치도 하고 거드름도 피워야만 사적(史的)으로 생존하는 것일까. 이 작품은 1938년 동아일보에 게재했던 것으로 그 당시의 우리 시단의 질적 수준이나 또 오늘날 우리가 현대시의 방법은 무엇이냐고 할 때 하나의 모범답안이 될 만한 언어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소평가된 시 - 김달진의 샘물, 오탁번(시인, 고려대교수) -
"서정주와 함형수를 맥으로 김달진, 김동리, 이성범, 김상원 등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동인지 [시인부락]이었던 것이다. 먼저 창간호 동인 명단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달진의 출생이 1907년이었으니가 1915년생인 서정주와는 거의 10년 가까운 연령상의 차이가 생긴다. 그랬음에도 그가 서슴없이 [시인부락]멤버로 뛰어든 것은 단순히 서정주 등의 권에 의해서만은 아니었을 성싶다. 그것은 그만큼 그가 시에 대한 정열이 들끓고 있었다는 증좌인지도 모른다." -시인부락과 김달진의 시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교수) -
그래서인지 서정주 시인의 시에도 김달진 시인의 시에도 불교적 색채와 윤회가 묻어나나 봅니다.
시인 함형수 (1914~1946)의 대표작 중 하나. 1936년 11월 시전문지 <시인부락> 창간호에 실린 작품. 제목의 '비명'이란 비석(碑)에 쓰인 이름을 의미함.
해바라기의 비명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밤 - 월하
뼈도 없고 살도 없고 꺼칠꺼칠한 피부도 없는 커다란 뱀 밤의 숨결은 애인의 숨결입니다. 나는 이 밤을 왼통 집어 삼켜도 배부르지 않겠습니다.
그대와 헤어진지 사흘 너무 긴 세월이 흘러갔다. -신달자
수많은 수상자들의 저작물 중 일부를 보다가
생전에 가지고 계셨던 살림의 전부를 보았습니다.
시인이 거닐던 돌담길을 조용히 따라가봅니다.
신달자 시인이 했던 말이 맞았습니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이미 그의 시는 그때의 힘을 많이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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