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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터치/일상이 추억

잔잔한 파도의 아름다운 어촌, 속천 '라보니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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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나폴리가 통영이라면 창원의 나폴리는 이곳 진해가 아닐까?

이곳은 진해의 속천이라는 곳에 숨어있는 빈티지스런 카페 '라보니 커피'이다.

새하얀 바탕에 녹물이 흘러내리는 모습도 단촐한 의자와 돌무더기들도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카페가 제법 길어 보이는데 이는 오래된 어촌 마을의 두집을 연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구조가 어떨지 무척 궁금해진다. 옛건물은 소소한 공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맞은편의 넓고 아름다운 어촌 바다가 이방인을 편하게 맞아주는 듯하다.

 

기억 저편에 있는 비행기 한 대가 구름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잠시나마 예전의 여행지들이 추억으로 되살아났다. 빨리 그때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카페가 궁금했지만 해가 지기 전이라 바다를 더 즐기고 싶어서 출렁 다리도 밟아보고, 구경을 더 하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두 집을 연결한 스레트 지붕이 드러나 있다. 자칫 흉물스러울 수도 있는데 흰색과 인테리어가 조화로워 마치 의도한 것 처럼 느껴진다.

 

낡은 벽들과 어우려져 있는 다양한 소품들과 향긋한 커피향, 고소한 빵내음이 낯설지 않고 정겹다.

 

내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동해처럼 확 트이진 않았지만 소소한 어촌 풍경에 사람냄새가 적절히 배어 있는 모습이다.

 

메뉴는 아래와 같이 다양한데, 스타벅스커피처럼 쓴 커피가 입에 맞다면 강배전(오래 볶은) 커피를 시키는 게 좋다. 실제맛은 스타벅스에 비하면 아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좀더 살아있어서 강중배전의 맛이다. 잘생긴 청년 사장님께 여쭤보면 설명해 주실텐데 신맛을 원한다면 덜볶은 중약배전을 권하신다.   

커피 메뉴

 

마치 화학 실험실처럼 커피가 천천히 내려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초등학교 과학실은 신기하면서도 무서웠었는데...

낯선 장소에서 낯익은 과거를 떠올린다.

 

오래된 두 집의 만남이라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여기저기 숨겨진 공간이 많다. 아마 화장실을 찾아가다보면 여기저기 손님들이 보여서 깜짝 놀랄 수도 있으나 알고있다는 듯 연기?할 필요가 있다. 

 

견과류가 붙은 빵을 시켰는데 커피와도 잘 어울리고 맛이 괜찮았다. 사장님이 큰 견과류를 떨어뜨린 걸 보기 전까진...   

 

초보자는 가면 안 될 것 같은 미지의 공간... 모두 여성 손님들이었다. 그래서 화장실이 당황스러웠을 수도...

 

라보니(拉波尼)라는 가게 이름을 깜빡하고 묻질 못했다.

한자는

拉 : 끌 랍 1.끌다, 끌고 가다 2.꺾다, 부러뜨리다 3.치다, 때리다
波 : 물결 파, 방죽 피 1.(물결 파) 2.물결 3.진동()하는 결
尼 : 여승 니(이), 말릴 닐(일) 1.(여승 니(이))  2.여승(3.화평하다(--)

위처럼 라보니의 발음을 한자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전에 프랑스를 불란서로 표현한 것처럼. 

아마도  '랍파니'라는 한자어로 의미를 부여한 뒤 그것을 '라보니'로 부드럽게 바꾼 것 같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평화롭게 파도가 치는 커피점' 정도겠다.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멋있는 작명이다. 

 

마치 밀서를 전해야 할 것 같은 은밀한 공간과

어떤 추억 속에서 못 헤어나올 것같은 공간들 속에서

 

커피 향을 맡고 다행히 빠져나왔다. 

커피가 비싸다 생각했는데 충분히 대화해도 괜찮을만큼 양이 넉넉하다. 

자두 스파클링이었던가? 잘 보면 과일 알갱이들이 보석처럼 들어가 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탑으로 꼽을만큼 상당히 맛있었다. 비싸다는 기분이 싸악 사라진 흐뭇함은 오랜만이었다. 물론 경치도 한몫했지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풍경 속의 그림처럼 다녀간 마을사람들과 손님 수가 20명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어둑어둑한 풍경에 담긴 카페사진을 끝으로 남기고 다음을 기약했다. 

 

파란불은 인형뽑기 기계인데

한 소녀가 '한 번에 자신이 원하는 걸 뽑았다'며 기뻐하자 오빠가 기특한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이드신 슈퍼 할머니께 잔돈을 바꾸고 천 원을 넣었다. 

어어~~ 잘못 잡았다 싶었는데 그대로 인형이 딸려왔다. 

괜히 할머니가 주인이신가 싶어 인형을 숨기고 후다닥 차에탔다. 

요즘 도시 기계들 처럼 조율을 조금 하시라고 알려드려야야되나 싶다가도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 역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돌아왔다.

 

동양의 나폴리 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다내음 가득한 어촌 풍경에 잘내린 커피와 맛있는 차가 생각난다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진해카페 #속천 #속천카페 #라보니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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